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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차량에 광고지를 붙일까 싶으시죠? 디자인 민감도와 리워드(보상)를 기준으로 이용자와 광고 디자인을 세분화하면, 자가용도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김상훈 오픈그룹 대표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앤틀러코리아 데모데이에서 “운전하며 낭비되는 시간에도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앤틀러코리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직접 투자받은 팀을 대상으로 열렸다. 지난해 7월 900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된 80여명의 예비 창업가 중 시드(초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나선 14개 팀이 단상에 올랐다. 앤틀러가 국내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여는 데모데이다.
스타트업 스니커즈 역시 위치정보가 기반이다. 정은애 스니커즈 대표는 자사 서비스를 “걸어 다니는 실시간 정보 라이브캠”이라 전했다. ‘A 클럽에 지금 사람이 많은가’ ‘B 골프장의 잔디 상태가 어떤가’ 등의 장소 정보를 올리면, 답변하는 이용자가 보상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이용자 선의에 장소 정보를 기대지 않고, 이용자에게 ‘돈기부여(돈과 동기부여의 합성어)’를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기반 우편마케팅 솔루션 스프레드잇은 잊혀 가는 우편 마케팅을 공략했다. 이진표 스프레드잇 대표는 “지난 10년간 광고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넘어왔지만, 경쟁이 심해져 디지털 광고가 예전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스프레드잇은 플랫폼 내 대시보드에서 우편을 발송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고 파일 등을 올리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우편 마케팅의 힘은 아직 살아있다”며 “‘열어보고 싶은’ 차별화된 우편 디자인과 세밀한 광고 표적화가 무기”라고 말했다.
전문직 창업가도 앤틀러코리아의 선택을 받았다. 약사 출신인 이소정 킵코퍼레이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기반 영양제 추천 서비스가 새 비즈니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구독자 5만 명 이하, 팬들과 교류가 활발한 이들을 일컫는다. 킵코퍼레이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 맞춤형 영양제를 공급하고, 이들이 다시 구독자에게 영양체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꾸려가고 있다. 플리드는 변호사가 사용하는 종합 업무지원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다근 공동창업자가 연세대 로스쿨 출신 황서형 변호사와 함께하는 곳이다.
이 창업자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면담하고 소송 관련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만 5시간을 쓰고, 전 과정은 모두 카카오톡이나 한글로 작업하기에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플리드는 변호사가 요청하는 항목을 의뢰인이 항목별로 작성할 수 있다. 그는 “이런 단순한 역할만으로 변호사의 데이터 정리 시간은 1시간으로 줄었다”며 “향후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 기능을 추가해, 법무법인 사무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법률비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들을 포함한 14개 발표 팀은 이날부터 시드 투자 유치를 시작한다. 창업 반년 만에 빠른 라운드 진행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팀빌딩’을 중심으로 한 앤틀러코리아의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7월 예비 창업가를 선발했던 앤틀러코리아는 2개월에 걸쳐 32개 팀을 만들었고, 직접 프리 시드 라운드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다양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데모데이를 열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한 에드워드 나이트 앤틀러 이사회 의장은 “전통 비즈니스인 항공사는 이용자 50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포켓몬고’는 이를 19일 만에 달성했다”며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적은 ‘밀레니엄 세대’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달은 혁신 창업을 더욱 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틀러는 글로벌 25개 지사에서 600개 스타트업의 팀을 꾸려주고 투자했다. 프로그램 지원자 기준으로 최종 투자를 이끌어내는 비율은 1% 상당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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