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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의 한 책방에서 <급류>를 내놓은 정 작가를 만났다. ‘눈앞에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소설’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물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 신춘문예 출신인 정 작가는 과거 경기 가평에서 의무소방대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물놀이 사고를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생명의 원천인 물이 목숨을 앗아가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고 말했다. 깊이를 알 수 없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건 사랑도 마찬가지다. 소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설은 사랑하고 어긋나기를 반복하는 도담과 해솔을 통해 ‘상실을 함께 겪은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묻는다. 재난 뉴스가 반복되는 가운데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는 데 고민도 있었다. 정 작가는 “소설을 쓰고 난 뒤로 이태원 참사, 방음터널 화재 등 모든 재난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초고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두 주인공이 경험하는 죄책감에 집중했다가 퇴고를 거듭하며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로 고쳐 썼다”며 “어떤 메시지를 강조한다기보다는 긴 암흑의 터널을 통과한 삶 자체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이 재난과 상실을 다루는 방식은 담담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소설에서 해솔은 소방관이 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 물불에 뛰어든다. 어찌 보면 자해에 가까운 삶을 살아내며 해솔은 깨닫는다. 어떤 재난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벌어지는 불행이 있다는 것을.
“이별과 상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죠. 저 역시도 누가 툭 건들기만 하면 울어버릴 것 같은 감정 상태로 지냈던 날들이 있어요.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야기의 만듦새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 같아요. ‘현실에 위로와 희망이 없다면, 그걸 쓰자. 누군가의 손을 미처 잡아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면, 작품에서라도 그 손을 잡자’ 그게 앞으로 제가 써나가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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