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엔 자동차 부품의 37%가 없어진다. 필요 일자리도 30%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송민수 기아 화성공장장)
“신산업을 키우려면 고용 유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효율성과 경쟁력은 노동조합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변상민 기아 노조 화성지회장)
전기차 시대 고용을 둘러싼 첫 번째 시험대였던 기아 화성 전기차 신공장 협의에서 노조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여 진통 끝에 나온 합의안에 노조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연 20만 대 규모 △기존 내연기관 인력 고용 승계 △PE모듈 공정 내재화 등이 그대로 합의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전기차는 적기 생산이 불투명해졌다. 송 공장장은 “여기서 더 착공이 늦어지면 미래를 책임질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친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 전기차 시장에서 사측이 초읽기에 몰린 게 노조에 유리한 합의가 나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노사는 크게 △20만 대 생산 △고용보장 △공정 내재화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생산 규모와 관련해 ‘10만 대 규모로 안정적 시장 진입 후 추가 생산시설을 구축해 총 20만 대 이상 규모의 생산 거점을 만든다’고 명시했다.
이어 고용과 관련해선 차체, 도장, 조립, 생산관리, 품질관리 등 공정별 인원을 보장했다. 차체 공정에선 132명, 도장은 198명, 조립에선 250명 등을 고용하기로 하는 식이다. 신공장 총고용인원은 사측이 작년 11월 말 내놓은 1차 제시안 578명에서 최종 759명으로 2개월이 되지 않아 31.3%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번 합의로 기존 내연기관 인원이 전기차 공장으로 그대로 흡수되는 전례를 만들게 됐다. 자동차업계에선 ‘20만 대’를 명시한 것에 대해 시장 규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보장’을 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총인원도 아닌 공정별 인원을 명시하면서 향후 인력 운용의 자율성이 크게 제한됐다”는 반응이다. 이로써 한국 자동차업계는 경쟁 업체 대비 과도한 노동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기아 노조는 타결 직후 “고용이 축소되는 전기차 전환이 아닌 고용이 안정되는 전환을 선택했다”며 “합의 사항을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자평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2025년 예정된 울산 현대자동차 신공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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