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그러나 ‘폭탄 세일’ 이후 테슬라 판매량이 다른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재고는 지난해 말 180만 대로 2021년 5월 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테슬라 재고는 할인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게 현지 리서치업체들의 추산이다. 중국에서도 “테슬라 주문량이 가격 인하 이후 일부 도시에서 전년 대비 500% 증가했다”는 보도(제일재경일보)가 나왔다.
테슬라가 가격을 내린 다음 날인 13일 글로벌 완성차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테슬라의 가장 큰 경쟁자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4.75%, 5.29% 하락했다. 스텔란티스(-3.66%)와 폭스바겐(-3.49%) 등도 맥을 못 췄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지난해 기준)로 추산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전기차 판매 둔화 우려로 각각 1.48%, 1.07% 내렸다.
반면 테슬라 주가는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 우려에도 0.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부터 부품 공급난 해소로 생산이 정상화하며 신차 판매 경쟁이 격화하는 터라 글로벌 완성차업계로선 두고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수의 진’을 친 테슬라를 따라 전통 완성차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면 추격이 쉽지 않은 만큼 마진을 포기하고 치킨 게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통 완성차업체와 테슬라의 또 다른 점은 구독 서비스다. 테슬라는 판매량이 늘수록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에 따른 수익이 커진다. 또 운행 대수가 많아질수록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기하급수로 쌓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세일이 테슬라에 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애플처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고가 판매 정책을 고집하는 걸 환영하기도 했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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