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당들의 못 말리는 위스키 사랑에 해외 유명 위스키 판매 사이트가 한국발(發) 주문을 틀어막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위스키 직구족들의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해외에서 위스키를 들여오면 세율이 72%에 달하는 주세를 비롯해 관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줄줄이 붙는다. 배(술값)보다 배꼽(세금)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3년 새 한국인들의 위스키 해외 직구는 100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주소지를 둔 이 사이트의 ‘배송가능 국가’ 목록에는 아직도 한국이 빠져있다. 더 싱글몰트 숍측은 “2월까지 한국에서 오는 모든 주문 처리를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창궐 후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 붐이 일면서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들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해외 사이트에서 위스키를 직접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관세청의 ‘연간 온라인 해외직구 수입주류 규모 및 금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로 위스키를 구입한 건수는 7만4950건에 달한다. 채 1만건이 안 됐던 2021년(9279건)의 7배가 넘는 주문량이다.
2019년(786건)과 비교하면 95배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19년 7만9790달러(약 9900만원)에서 2022년 664만3556달러(82억2000만원)로 늘어 증가율이 8200%가 넘는다.
해외 사이트에서 배송비를 포함해 총 20만원어치 위스키를 구입했다고 하면, 관세는 20만원(과세가격)의 20%인 4만원이다. 주세는 제품값에 관세를 더한 24만원의 72%인 17만2800원이 붙는다.
교육세는 주세의 30%로, 5만1840원이 된다. 부가세 10%는 과세가격, 관세,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금액에 매겨진다. 직구 사이트에서 20만원을 결제할 경우 총 31만1104원의 세금이 붙는 셈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개인이 직구를 하든, 주류 수입업체가 들여오든 세금은 동일하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구매할 경우 유통 마진 등이 모두 포함된 현지 소매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붙는다. 수입사가 들여온 술은 소매가보다 저렴한 도매가가 과세가격이 된다.
동일한 술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개인이 직구로 사는 게 더 수입사가 판매하는 술을 사는 것보다 대개 더 비싸다는 의미다. 다만 150달러가 안 되는 1L 이하의 술을 단 한 병 수입한다면 ‘소액면세제도’를 적용받아 직구가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위스키 품귀 때문이다. 위스키는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졌지만, 제조기간이 오래 걸려 글로벌 제조사들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류난 등까지 겹쳤다. 국내 수입·유통사가 애호가들이 원하는 위스키를 제때 수입하기를 기대는 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2~3년 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취향도 고급스러워져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희귀 위스키를 수집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리셀(되팔기)을 목적으로 직구를 하는 수요도 상당하다”며 “인기가 높은 고급 위스키는 리셀 가격이 정상가의 3~4배에 달하는데, 이럴 경우 세금을 제외해도 이윤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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