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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한섬의 창업자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은 1941년생인 고령에도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다.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한 뒤 서울과 사우스케이프CC가 있는 경남 남해를 오가며 헬스클럽에서 몸을 다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럴 줄 알았으면 한섬을 팔지 말 걸…”이라며 후회하는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체력과 패션에 대한 열정이 비례했던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은 지난해 11월 사우스케이프 보유 지분 14.5%를 450억원에 정 회장에게 매각했다. 무수익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 회장이 다시 패션사업을 펼치기 어렵게 옭아맸던 겸업금지 족쇄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 사우스케이프는 서울 도산공원 인근 가두 매장 한 곳과 온라인몰에서만 제한된 골프 관련 품목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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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상반기 현대백화점 전국 주요 점포에 사우스케이프 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 골프웨어 시장 거품이 꺼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사우스케이프 같은 초고가 브랜드 몇 개로 생존자가 추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 등 핵심 점포에 사우스케이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은 정 회장이 겸업금지 조항에 묶여 있을 때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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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골프장 운영 매출 비중(44%)과 차이가 크게 없다. 수익성이 좋은 패션 부문이 성장하면서 사우스케이프 법인의 영업이익도 2021년 79억원에서 지난해엔 3분기 만에 82억원에 달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사우스케이프는 초고가 골프장 이미지와 연결돼 패션시장에서도 브랜드 입지를 굳건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한섬과 직접 부딪힐 여성복을 빼면 골프웨어 외 다른 스포츠 패션 부문에 진출할 수 있고, 파인 다이닝(정찬) 시장 등 비패션 시장으로도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 콤비 귀환으로 토종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이 부활할지 여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상속, 또는 증여를 위해서라도 사우스케이프 외연을 확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의 사우스케이프 지분율은 75.29%에 달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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