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주재 외신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총재는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 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강조한 것과는 결이 달라진 이야기입니다.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총재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3가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 총재는 이 질문을 받고 "항상 걱정스러운 것을 얘기하면 그것만 강조된다"며 "희망적인 것과 걱정스러운 것 3가지를 각각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단기적인 것"이라며 전제를 덧붙였는데요.
우선 첫 번째 희망적인 것으로 국제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안정됐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웃돌았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80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이 총재는 "(유가 안정으로)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의 날씨가 따뜻한 점도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유럽의 날씨가 따뜻해서 (유럽 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하드랜딩 논쟁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상황이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11월에 (예상한 것에) 비해 좋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는 또 "중국의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 중국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진행 상황으로 보면 한두 달 지나서 중국경제가 정상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이어 걱정스러운 점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중국 경제의 회복이 빠를 경우 유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며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이 나빠져서 유가가 오르면 곤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따른 경제 블록화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이 총재는 "폴리티컬 프레그먼테이션(political fragmentation·정치적 분절)이 악화해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 (수출을) 다변화하기 전에 수출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을 언급한 이유로는 "국제유가가 지역 발(發) 리스크에 의해 오르면, 미국의 물가가 빨리 안 떨어지고 그 경우 미국이 금리를 올려서 높은 금리 수준이 오래 가거나 유지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는 국내적 충격도 거론했는데요.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이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제대로 할지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 앞선 모두발언에서 "부채 문제로 한국 금융시스템에 단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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