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규모 로펌 최앤리법률사무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스타트업 중심의 법률 전문 서비스 회사다. 고객사인 스타트업의 각종 법률문제를 해결하고 상담해주는 것이 주요 업무다. 온라인 등기 서비스 ‘등기맨’을 3년째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는 직접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섰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사진)는 18일 “스타트업 자문을 많이 하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직원들과 상의 끝에 최앤리가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팅’까지 업무를 확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VC)이나 전문 투자자 등만 참여할 수 있어서 폐쇄적이다. 하지만 최앤리는 그동안 다양한 고객사를 만나면서 투자할 기업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최앤리는 투자조합의 운용 역할인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아 ‘최앤리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이를 통해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 글라우드에 투자했다. 첫 스타트업 투자였다. 투자 규모는 6억~7억원 정도다. 최앤리는 3000만원 이상 투자에 참여했다. 개인투자조합을 만들기 위해선 GP는 출자금의 5% 이상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글라우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치과의사 출신인 지진우 대표가 설립했다. 병원의 치과 진료 업무를 도와주는 서비스 ‘저스트 스캔’을 운영 중이다. 병원 등을 대상으로 구강 스캐너 구입부터 교육, 보철 주문·제작까지 진료의 다양한 어려움을 덜어주는 서비스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번 투자는 디지털 방식의 치과 진료에 대한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 현직 의사들이 직접 투자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직 의사들은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투자조합에 참여했다.
최앤리는 ‘최앤리 개인투자조합 2호’도 추진 중이다. 1호보다 펀드 규모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1호와 달리 투자 기업을 미리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이 유력하다. 최 대표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세무·회계·특허 전문 업체와 손잡고 로펌 중심의 액셀러레이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앤리는 올해 ‘등기맨’ 사업도 강화한다. 2021년 4월 출시한 등기맨은 공인인증서 하나만으로 법인 등기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법인의 등기 업무는 주로 법무사가 일일이 등기 정보를 수집해 서면 작성했다. 등기맨은 법무사의 등기 서비스보다 비용과 처리 시간을 모두 40% 이상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등기맨의 지난해 2분기 법인 등기 신청 건수는 1년 전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 최 대표는 “최근에는 등기 처리 건수가 작년 2분기보다 50% 정도 늘었다”며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총 업무 대행 서비스 수요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등기맨이 지금은 국내 온라인 등기 업무 서비스 시장에서 2위인데 올해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마케팅도 강화해 1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앤리는 앞으로 중소기업 전문 로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국내 산업계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30% 넘지만 관련 전문 로펌이 아직 없다”며 “이 시장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합리적인 법무 업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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