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보건당국은 ‘감기약 사재기 방지’를 위한 공문을 약국에 전달했다. 약국에 근무하면서 감기약의 판매 제한 공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필자는 평소 감기약을 습관적으로 사 가는 분, 제일 센 감기약을 달라는 분, 한 번만 먹으면 증상이 뚝 떨어지는 감기약을 요청하는 분, 감기에 제일 좋은 약을 달라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제일 세고 잘 듣고 좋은 감기약은 쉬는 겁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일반 감기, 독감, 코로나 모두 바이러스 질환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아니다. 즉 감기로 인해 생기는 불편한 증상을 없애주는 약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보통의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다. 세균의 50~100분의 1 크기로, 이렇게 작다 보니 자체적으로 뭘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기생할 곳을 찾아 숨어들어간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을 알아차린 순간 우리 면역체계에 경보가 울리고 면역세포가 출동해 바이러스와 한판승부가 벌어진다. 바이러스와 면역세포의 치열한 전투 흔적이 콧물, 기침, 인후통, 고열, 오한 등인 것이다. 그러니까 몸 안에서 이런 전투가 벌어질 때 우리가 해야 할 현명한 행동은 이 전투에 힘을 실어주는 것, 즉 에너지를 집중해주는 것이다.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
약은 도구일 뿐이다. 필요하면 적당히 쓰면 된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인데 치료 시기를 놓쳐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감기가 비염으로, 기침이 기관지염으로, 목 아픔이 편도선염으로 번지면 이때는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라 세균성 질환으로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하고 치료 기간도 늘어난다. 2~3주 심하면 한 달 내내 고생한다. 그러니 뭐든 몸이 신호를 보낼 때 빨리 알아차리고 대응해야 한다. 감기는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다시 안 걸리는 게 아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감기 증상이 오래간다면 감기약에만 의존하며 증상을 없애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 몸의 면역체계를 바로잡아 면역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인간의 생존 투쟁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감기약은 약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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