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달변가'로 평가받는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 등 다소 곤란할 수 있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런 이 대표가 인터뷰 중 거의 유일하게 말을 버벅거린 순간이 포착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인터뷰 중 '왜 검찰에 나가기로 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체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다고 생각들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를 들면 이미 뭐 경찰이 몇 년 동안 수사해서 무혐의 청…"이라고 순간 버벅거렸다. 그는 "(무혐의) 처리됐던 거를 다시 뒤집어가지고"라고 말을 정정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어 "변한 건 사실 검사가 바뀌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것밖에 없지 않나. 뚜렷한 증거도 없이. 이게 매우 불공정한 검찰권 행사니까 응하지 말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면서 "그러나 마치 피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저로서는 문제 될만한 행동을 한 게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맞서겠다. 정면 돌파가 제 특장기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날 언급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 있을 뿐, 실제 무혐의 처분은 내릴 수 없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역시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점을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달변가인 이 대표가 왜 말을 버벅거렸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명백한 거짓말은 피하면서 어떻게든 답변을 하려다 보니 혀가 꼬인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쿠데타"라고 발언했다. 이에 한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적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의 '무혐의 처분' 관련 발언에 대한 여당 의원의 질문에 "그 사안은 분당경찰서에서 수사하다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고발인의 이의 신청에 따라 검찰에서 검토 후 보완수사를 요구했다"며 "이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으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중간 단계 결정이지, 무혐의 처분이 됐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한 장관에 이어 지난 18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고 공공연히 선동하고 법적으로 확립된 제3자 뇌물죄 등 법리조차 왜곡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거짓말 등 명백한 사실관계까지도 왜곡해 반복적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한 장관 발언에 힘을 실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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