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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그룹명을 붙이니 사명은 익숙한 것 같은데, 여전히 이 회사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쉬운 건 아닙니다. SK이노베이션은 길가에 폴사인으로 많이 본 주유소에 들어가는 휘발유 정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사업을 주로 합니다. SK마이크로웍스는 광학용 포장용 산업용 필름을 생산합니다. 대상다이브스는 대상F&B가 사명을 바꾼 회사로, 과일 커피 등을 생산 판매하는 식품회사고요, 한화모멘텀은 공식 회사명은 아니고 ㈜한화의 기계설비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인데, 사실상 독립된 회사처럼 인식되며 실제로 그렇게 취급됩니다. 포스코플로우는 옛 포스코터미널입니다. SK온은 요즘 핫한 2차전지(배터리) 회사입니다. 이처럼 정확히 하는 일을 인지하지 못하는 회사명들이 최근들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도 많습니다.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이름을 바꿨고,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임팩트란 이름으로 새 출발했으며, 현대사료도 카나리아바이오로 최근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두산공작기계는 DN솔루션즈로, LG니꼬동제련은 LS MnM으로 각각 사명을 조정했습니다. 한화테크윈도 한화비전으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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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SK그룹..."업태 제한 벗어나 신성장동력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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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SK에너지가 먼저 나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꿨고, 이후 SK온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SK스페셜티(옛 SK머트리얼즈) SK엔펄스(옛 SK솔믹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아예 새로 설립된 회사들도 이런 식의 사명짓기로 시작했습니다. SK어스온(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신설법인) SK디스커버리(SK케미칼 인적분할 지주사) SK스퀘어(SK텔레콤에서 분할된 투자전문회사) SK쉴더스(SK텔레콤 자회사 합병 신설법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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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자 재계도 반응했습니다. 한화그룹은 한화모멘텀 한화임팩트 등의 사명이 등장했고, 두산그룹도 두산중공업이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꿨습니다. 포스코도 일부 계열사가 사명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이름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재계의 고민은 명확합니다. 사업간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업태를 규정지어 "'올드(OLD)해보이면서 신사업 진출을 스스로 제약하지 않도록" 사명부터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수년 전 미국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스타벅스'커피'가 스타벅스로, 던킨'도너츠'가 던킨으로, 애플'컴퓨터'가 애플로 사명 뒤의 제약된 상품을 떼는 것으로 이미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hy로, 할리스커피가 할리스로 사명을 교체했고, 기아자동차도 뒤의 차를 떼어내고 공식회사 이름을 기아로 바꿨습니다. 매일유업과 CJ제일제당 역시 현재 '유업'과 '제당'을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상F&B란 이름으로 스스로 식품회사임을 제약했던 회사가 대상다이브스(DIVE·뛰어들다)로 바꾸면서 식품의 제약없이 "고객의 일상 속 모든 곳에 함께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포스코터미널이 흐른다는 의미의 FLOW를 더해 포스코플로우로 다시 태어나면 "물류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친환경 스마트 물류기업으로서 흐름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이 되며, 한화에너지 자회사인 에스아이티는 한화컨버전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그린에너지 사업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름보다는 결국은 업의 진정
하지만 모든 게 의도대로 되지만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애플 스타벅스 등의 외국의 성공사례와 SK그룹의 사례만을 바라봤을 겁니다. SK그룹은 이 시기 자산 매출 시가총액 등의 면에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삼성그룹에 이어 2위그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컴퓨터'를 떼어내던 시기에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은 사명을 대표 제품인 블랙베리로 바꿨지만, 부진이 이어지다가 사업을 중단한 사례도 있습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01.32427980.1.jpg)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흐름에 대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산업이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 등 대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진출하겠다는 출사표를 내는 것”이라면서도 “과도하게 영어 단어를 조합한 사명 변경 사례들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느낌을 줄 우려가 있어 당위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명 변경은 사업을 잘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들 같습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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