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이전 5년여 동안 주택 공급이 부족해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향후 5년 간 270만가구를 전국에 공급하겠단 정책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인 257만가구보다 13만가구 많은 물량입니다.
특히 주택 수요가 집중된 수요 등 수도권엔 이전 정부보다 29만가구 많은 15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시엔 4만가구 증가한 52만가구를, 도지역의 경우 이전 정부보다 20만가구 줄어든 8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은 세제, 금융, 공급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각 분야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과 정책 과제를 검토한 뒤 "금리 인상, 주택 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계획대로 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정부부터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공급이 본격화되고, 주택 공급량이 증가할 경우 주택 시장 침체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정부 입장에선 주택 공급 시기 등을 조정하면 기존에 제시한 임기 내 270만가구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시세보다 저렴한 금리의 정책대출 상품과 주택대출 이자지급액에 대한 소득공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리 급등 시기엔 주택 수요에 제약이 발생하고 궁극적으로 주택 시장 침체로 이어진다"며 "향후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선 주택의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제도 부활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전 정부에서 폐지한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제도의 부활과 이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과거 정부가 다주택임대사업자를 주택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규제하려고 했던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한 것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 정책 기조의 극적인 전환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정책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 시기엔 임대 의무 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임대보증금반환보험 의무 가입 등 각종 규제를 받는 주택의 매입 의사 유인이 부족할 수 있고, 주택 투기 수요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의적절하게 반영되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여야 협치를 통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한 공급 시기와 규모, 실수요자를 위한 적정 금리 상품 마련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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