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꺾을 '삼성 비밀병기' 中企가 만든다

입력 2023-01-24 17:09   수정 2023-01-25 01:13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극자외선 펠리클(EUV·extreme ultraviolet pellicle)’ 자체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을 높여줄 핵심 부품인 EUV 펠리클은 외국산이 선점하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이 양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V 펠리클의 국내 양산이 이르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430억원, 658억원을 투자받은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의 EUV 펠리클 투과율이 상용화를 논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자체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중소기업이 연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선두주자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에스티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과율은 90% 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앤에스텍도 이르면 올해부터 투과율 90%가 넘는 EUV 펠리클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 또한 투과율 88% 수준의 자체 EUV 펠리클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펠리클은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EUV 노광장비와 함께 사용하는 부품이다. 포토마스크(반도체 회로패턴을 그린 유리기판)에 먼지가 붙지 않도록 씌우는 얇은 필름을 말한다. 불량률을 낮추고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줘 삼성전자와 TSMC가 확보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EUV 포토마스크 가격은 개당 5억~10억원, EUV 펠리클은 5000만~1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EUV 포토마스크는 전용 펠리클이 없으면 한두 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들은 오염된 비싼 포토마스크를 매번 바꿔가며 회로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세척해도 불순물이 묻기 때문에 수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교체로 이어져 비용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투과율이 나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최소 투과율은 90%다. ASML이 2021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테러다인과 합작해 투과율 90%의 펠리클을 개발했고, 일본 미쓰이화학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뒤 이 부품을 일부 생산하고 있다.

TSMC는 3년여 전부터 이 부품을 자체 개발해 일부 공정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의 수율 격차를 이 부품에서 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EUV 펠리클을 생산하는 미쓰이화학의 물량은 많지 않고, TSMC 제품은 투과율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본력과 경험,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하나로 묶어 국산화를 완성하고 표준을 만들면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확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V 펠리클 국산화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EUV 가치사슬’ 구축에 정부가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 2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1조5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은 투과율 95%를 바라보는 제품 개발에 나섰고, TSMC는 펠리클 자체 생산을 20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인텔도 EUV 펠리클 수급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요가 폭발하기 전 국산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공정이 EUV로 전환되고 있어 수율 및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EUV 펠리클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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