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특히 가치주를 집중 매수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19일까지 대형 가치주를 1조3300억원 순매수한 반면 대형 성장주는 30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 대형주는 성장주 시가총액(603조원)이 가치주(348조원)의 2배에 달하지만 외국인은 가치주를 성장주보다 4배 넘게 순매수한 것이다. 중소형주 가운데선 가치주를 1500억원어치 사들였지만 성장주는 600억원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10위 기업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 외국인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스코홀딩스(PER 6.60배), 현대차(5.44배), 기아(3.98배) 등 ‘저(低)PER주’를 시가총액 비중보다 높은 비중으로 순매수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76.54배) 등 고PER주는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저PER주에 주목한 결과란 분석이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11.8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약 29.5% 상승했다. 지수 상승 영향도 있지만 상장사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낮아진 탓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EPS는 18.3% 줄었다.
증권업계에선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2월까지 외국인의 가치주 순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대보다 낮은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추가 하향돼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질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상태에서 유지된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가치주 투자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밸류에이션이 낮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높지 않은 기업으로 LS(4.54배), LX인터내셔널(2.85배), 영원무역(4.06배) 등을 꼽았다.
현대백화점, 피에스케이, 세아베스틸,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기업은 PER이 10배 이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개월 전 대비 증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