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장고하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나 전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참가하면 당대표 선거는 사실상 ‘김기현·나경원·안철수’ 3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나 전 의원 측은 24일 공지를 통해 “25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나 전 원내대표의 입장 발표가 있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라고 나 전 의원 측은 설명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참모들과 4시간여 마라톤 회의에서 출마를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심은 섰고,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입장 발표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친윤’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지난 2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묻히지 않도록 설 연휴 직후로 정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연휴 기간 비공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 등 정치권 원로를 만나고 측근들과 출마 시점 및 발표 장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당원 100%’ 투표로 치러지는 첫 번째 전당대회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다른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선 김기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다. 지지율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아래 선거 구호를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에서 ‘연포탕’으로 전환한 것이다. 다른 당권주자들을 향해선 “(저는) 철새 정치인이라거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적을 자주 옮긴 안 의원이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가 석 달 만에 해임당한 나 전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이날 북한 이탈 주민 초청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수도권에 정말 중요한 중도 표심과 2030세대 표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 출신 김 의원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수도권과 중도 확장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 출마에 대해선 “우리 당을 위해서라면 여러 사람이 출마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에 대항해 ‘수도권 대표론’으로 연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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