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구 멸망까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둠스데이) 시계'의 초침을 파멸의 상징인 자정 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 이로써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90초로 줄어들었다.
24일(현지시간) BSA는 2020년 이후 지구 종말 시계를 100초 전으로 유지해 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술핵 사용 우려가 고조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주축이 돼 1945년 창설한 BAS는 지구 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947년 이래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해 왔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한 시계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던 1953년에는 종말 2분 전까지 임박했다가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 17분 전으로 가장 늦춰진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핵무기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고 기후 변화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인류가 대비하지 못한 각종 위협이 이어지며 2019년 시계는 자정 2분 전으로 다시 종말 코앞까지 다가서기도 했다.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2020년 자정 전 10초로 이동한 뒤에는 그 자리를 지켜왔다.
레이첼 브론슨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은 전세계에 사건, 의도, 오판에 의한 긴장 고조가 얼마나 끔찍한 위험인지 상기시켰다"며 "통제를 벗어난 이 같은 갈등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BS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위협도 높아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천연가스가 아닌 석탄이 대체 연료로 사용되면서 기후 변화 위기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 소속인 시반 카르타 이사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승했다"며 "탄소 배출 증가로 기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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