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접점이 큰 정보기술(IT)·가전 시장에서도 ‘평균 실종’ 현상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을 단종시키고 프리미엄 또는 저가폰에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 중저가 제품군 중 상대적으로 고사양인 ‘A7’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7 모델은 갤럭시 S나 Z시리즈, 저가 스마트폰인 A1~A5 제품 사이에서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도 외면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출시된 갤럭시 A71의 글로벌 출하량은 1250만 대였지만 지난해 나온 A73의 출하량은 300만 대 수준에 그쳤다.
애플도 비슷한 상황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부품사들에 ‘2024년형 아이폰SE의 생산과 출하 계획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아이폰SE는 고성능 반도체에 저가형 디스플레이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낮춘 중가 모델이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SE 4세대 양산이 취소되는 건 중저가 아이폰 출하량이 꾸준히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제품 천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3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400달러 이상)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4’ 중 최고급 모델인 999달러짜리 ‘프로맥스’에 주문이 집중되며 해당 모델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갤럭시Z로 대표되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평균 실종 현상의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1850만 대로 지난해(1280만 대) 대비 44.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TV 시장에서도 평균 실종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전반적인 TV 시장 부진 속에서도 올해 70인치 이상 초대형 프리미엄 TV 출하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1627만 대로 예측됐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는 상당 기간 진행될 수 있다”며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하고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게 향후 가전업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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