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부진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증권주가 새해 들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악화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증시 투자 심리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KRX증권 지수'는 1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63%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KRX 증권지수가 연간 28.98%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 수익률(- 24.89%)을 밑돈 것과 대비된다.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 전망은 부진한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5개 회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7985억원으로 1개월 전 전망치인 9245억원보다 13.5% 감소했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32.4% 줄어들었다.
부진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상승세 둔화로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증권주들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작한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된 점도 증권주가 강세를 띠는 배경으로 꼽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증권업 지수는 실적이 아닌 거래대금 혹은 지수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했다"며 "시장 금리가 안정화되고 유동성이 조금씩 공급되고 있는 점이 증권주 강세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시 거래대금 회복세가 더딘 점을 고려하면 증권주가 단기 상승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달 유가증권시장 월평균 일일 거래 대금은 6조3969억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부동산 PF발 위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도 주가를 끌어내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와 관련해 유동성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에 대한 신용 위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연초 증권주가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체력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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