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데려다줘요" 경찰 부른 고교생, 거절하니 "이름 뭐예요?"

입력 2023-01-25 17:23   수정 2023-01-25 23:01


고등학생들이 늦은 시각 편하게 귀가하기 위해 112에 "길을 잃었다"고 허위 신고했다는 한 경찰관의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허위 신고 관련 현직 경찰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 절차를 걸쳐야 가입이 가능한데, 작성자 A씨의 직장은 '경찰청'이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일 자정 무렵 "미성년자인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A씨가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과 왼쪽 팔에는 문신을 가진 고등학생 2명을 만났다. 학생들은 "막차가 끊겼다"면서 "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황당한 A씨는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학생들의 집까지는 40분이나 소요될 만큼, 가깝지 않은 거리였고, 혹여나 이보다 더 위급한 신고가 접수돼 출동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A씨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택시도 아니고 다른 신고를 받아야 한다"며 "부모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타일렀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 연락처는 됐고, 저희 미성년자인데 사고 나면 책임지실 거냐"며 "근데 아저씨(A씨) 이름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체념한 A씨는 학생들에게 이름을 알려주곤 "알아서 가라"고 말한 뒤 경찰서로 복귀했다.

복귀한 지 1시간 만에 A씨는 해당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게 됐다. "아이가 이 시간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집에 데려다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정식으로 민원을 넣고 인터넷에도 퍼뜨리겠다"는 사실상 협박을 들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경찰관이 미성년자를 길바닥에 내버려 두고 간다'며 각색해 민원 넣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런 일을 겪은 경찰관은 A씨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경찰차를 타고 귀가하기 위해 허위 신고를 했다가 입건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2019년 8월 인천 부평구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돈이 없으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6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자정 무렵 택시비를 아끼려고 "납치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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