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채뿐 아니라 A급 이하 비우량채도 만기가 짧거나 고금리 매력이 높으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 덕분에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리테일 수요가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TBC(신용등급 BBB)는 오는 30일 400억원어치 1년물 회사채를 발행한다. JTBC는 지난 18일 35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시행했지만 140억원의 매수주문만 들어왔다. BBB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의 기피 탓이었다. 하지만 리테일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기존 35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만기가 1년으로 짧은 데다 금리는 연 8.5%에 달하는 점이 개인들의 매수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은행·금융지주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내놓는 신종자본증권도 개인의 주요 투자 상품이다. 발행금리가 연 5%대를 유지하고 있어 개인에게 쏠쏠한 이자 수익을 주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7일 열린 27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85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에서 들어온 총 주문액 가운데 약 60%(5060억원)가 투자매매중개업자의 물량이었다. 투자매매중개업자 물량 중 대부분은 증권사 소매 판매 부서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된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렸다.
주식시장이 주춤하면서 금리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커진 채권에 개인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개인의 채권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들어 장외 채권시장에서 이날까지 채권을 2조736억원 순매수했다.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수요예측을 대기 중인 A급 이하 비우량채가 ‘완판’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SK인천석유화학(A+), SK렌터카(A), 중앙일보(BBB), HL D&I(BBB+) 등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비우량채 발행 성공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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