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소속 의원들이 앞으로 의장에게 사전 보고 후 개인적인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에 일부 러시아 의원들이 외국 휴양지에서 호화롭게 새해 연휴를 즐기는 모습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취해진 조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각) 하원은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소속 위원회나 의장에게 해외여행 계획을 사전에 문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의장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업무 출장만 이러한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
이번 조치는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이 직접 제안했다. 볼로딘 의장은 각 정당 원내 대표들에게 새해 연휴 동안 어떤 의원들이 해외로 나갔는지를 파악해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부 의원들의 해외여행이 러시아 국민들의 빈축을 사면서다. 이들은 전쟁 중에 의원들이 국민들은 사지로 보내놓고 자신들은 해외여행을 갔다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데니스 돌첸코 볼로그다주의회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호화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특히 돌첸코 의원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차녀인 크세니야 쇼이구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려 비난 세례를 받았다.
또 러시아 서부 크루스크주 주의회 의원 막심 바실리예프는 멕시코 휴양지에서 술을 마시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바실리예프의 지역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접경지역이다. 이 지역 출신 남성만 수천 명이 최전방으로 불려 갔다. 공식 전사자만 100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사무총장은 "파렴치와 비인간성의 극치"라며 바실리예프를 맹비난했고, 그는 귀국한 뒤 예산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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