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6일 10: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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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외진단 전문기업 SD바이오센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 인수금 납입을 마쳤다. 당초 SD바이오센서와 SJL파트너스가 60대 40 비율로 출자할 계획이었지만, SJL파트너스가 기한내 자금을 모으지 못해 SD바이오센서 우선 전액 출자했다. 저금리 시대에 자본 조달이 유리한 PEF로 넘어갔던 M&A 시장의 주도권이 시장 환경 변화로 전략적투자자(SI)로 옮겨간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SD바이오센서(이하 SDB)는 25일 미국 오하이오주에 소재한 의료장비 제조사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00%를 10억5000만달러(1조2961억원)에 오는 27일 전액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데 이은 자금 납입이다. 인수금융을 포함하면 전체 인수규모는 15억3199만달러(약 2조원)로, 국내 기업이 조(兆) 단위 미국 대형 상장 바이오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SDB는 앞서 메리디언 인수를 위해 PEF인 SJL파트너스(이하 SJL)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SDB와 SJL이 공동으로 출자해 모(母)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그 아래 합병을 위한 자(子) SPC를 만든 뒤 메리디언이 이를 흡수합병하도록 하는 ‘역삼각형 합병’이다. SDB가 약 6억달러를 출자해 모회사 SPC의 지분 60%(보통주)를 갖고 재무적투자자(FI)인 SJL파트너스도 4억달러를 출자해 지분 40%(전환우선주)를 확보, 남은 대금 5억달러는 인수금융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짰다.
매각 측에 약속한 거래 납입일인 1월 31일 이전 잔금 납입은 마쳤지만 컨소시엄의 출자비율에는 변동이 생겼다.
SJL은 40%의 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가(LP)를 대상으로 4억1000만달러(약 5000억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추진해왔다. 비교 기업군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EV/EBITDA) 22.8배에 비해 싼 14.4배로 인수를 성사했다는 점과 안전성이 보강된 우선주 방식 투자인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작년말 5억달러(약 638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조달은 마쳤지만 에쿼티 자금은 기한 내에 모집하지 못했다. 원화가 아닌 달러로 조달하기 위해 해외 LP를 대상으로 펀드레이징에 집중했지만 각국 출자자와 조건 협상이 길어진 탓이다. 자금 납입일이 다가오면서 지분 투자 권리를 SDB에 우선 넘겼고 지분 전량을 SDB가 갖게 됐다.
메리디언과의 합병 계약에 따르면 SDB는 합병대가 총액 및 기타 모든 금액을 지불할 충분한 자금을 보유 중인 만큼 조달 보충분이 생길 경우 보증을 서기로 약속했다. 인수 자금이 모자랄 경우엔 SDB가 보충할 의무가 있는 만큼 출자비율 변경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파악된다.
SJL은 “컨소시엄 지분 비율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SDB가 지분 100%를 보유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취득으로, SDB와 별도로 정한 기간 내 자금을 투입해 40% 출자를 책임질 것이란 설명이다. 해외 LP들로부터 투자금 일부는 이미 받기로 했지만, LP 간 투자 시점이 달라지면 조건도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 시점을 동일하게 재조정하기로 했다는 게 SJL측 주장이다. 작년 하반기 조달금리 급등으로 PEF 전반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추후 조달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쪽이 이득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JL이 제시한 보장수익률은 5% 수준이다.
전략적 투자자인 SDB가 이미 충분한 현금 실탄을 쥐고 있기도 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SDB는 작년 3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1조9607만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매출 중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 자금도 많다. 탄탄한 자금력은 메리디언 이사회가 SDB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한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M&A업계 일각에선 인수 자금 조달을 일단 미룬 SJL이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조달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JL 측은 그동안 프로젝트펀드 조성을 자신해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간에는 PEF들이 전략적투자자(SI)에 비해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 M&A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주도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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