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 등 이익집단의 불법행위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불법 행위자들에게 행정 제재 등 더욱 강화된 조치를 취하고 이를 방해하는 행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폭력도 불사한 노조의 불법 단체행위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었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불법 집단행위자의 사건 처리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만간 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과 협조해 행정 제재를 비롯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에 필요한 업무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불법 집단행위를 제재하는 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 마비, 건설노조의 노조 전임비·월례비 갈취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폐해가 줄잇자 강력한 대응책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25일 정부가 노조와 시민단체에 지원한 보조금 2342억원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국토부도 같은 날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과 비타협’ 원칙에 따라 국가 경제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은 배후까지 엄단할 것”이라며 “산업현장에 만연한 채용 강요, 금품 갈취, 공사 방해 등 집단 이익 관철을 목적으로 한 조폭식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자본시장에선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을 개선할 계획이다. 기업이 배당방식을 먼저 결의한 뒤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를 올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제도가 바뀌면 배당기준일 전에 배당 규모를 확인해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은 배당기준일이 먼저 정해지고 그 후 이사회에서 배당액 등이 결정되다보니 투자자들은 직전 배당 현황을 참고로 향후 배당 수준을 예측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외에도 △기업이 물적분할할 때 반대하는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상반기) △전자 주주총회 제도 도입(상반기)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등을 위한 소규모 회사 규제 완화(하반기) 등을 추진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상법특별위원회가 개정 방향을 논의 중이다.
출입국·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법무부는 올 상반기 안에 외청 형태로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할 예정이다. 다음해 주요 취업비자별로 필요한 외국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발표하는 ‘연간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도 올 하반기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미리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줄이는 데도 더욱 힘을 쏟는다.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현재 41만명 수준인 불법체류 외국인 수를 2027년까지 20만명대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강조했던 민생 보호 기조에도 더욱 힘을 싣는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집중단속하고 피해 임차인을 돕는 제도를 상반기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으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한 ‘한국형 제시카법’도 비슷한 시기 도입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 및 다크웹 전담수사팀’ 신설하고 폭력조직의 경제범죄(주가 조작·무자본 M&A·불법사금융 등)를 근절하기 위한 검경 수사협의체도 구축할 방침이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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