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5위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가 호주오픈에서 4강에 진출한 가운데, 경기장을 찾은 아버지가 러시아 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온라인상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호주오픈 남자 8강전 경기가 치러진 전날 노바크 조코비치의 아버지 스르잔 조코비치가 멜버른 공원에서 러시아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이 촬영된 당일은 조코비치가 8강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를 꺾은 날로, 이 영상은 경기가 끝난 뒤 촬영됐다.
영상에서 스르잔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는 팬들 사이에 둘러싸여 '러시아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Z' 기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팬도 있다. 'Z' 기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상징한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Z는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해'를 뜻하는 '자 포베두(Za pobedu)'의 첫 글자를 의미한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 체코, 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Z' 기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테니스협회는 이번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장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를 아예 펼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두 나라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국가 명칭과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앞서 경기장에서 러시아 국기를 펼쳤던 팬 4명이 대회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스르잔의 언행과 관련해 바실 마이로슈니첸코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는 호주오픈 대회의 불명예"라며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코비치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호주 테니스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대회 보안을 위해 당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이 벌어진 멜버른 공원 측은 친러시아 관련 물품들이 반입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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