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가 동료나 가족이 죽었을 때 동물이 보이는 태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동물원에서는 발에 난 상처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를 안락사시킨 뒤 사체를 내놓았다. 그러자 죽은 코끼리와 가장 친했던 두 마리의 코끼리가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고 만져보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밤새 번갈아 가며 이 장소를 찾아와 죽은 코끼리 몸에 흙을 정성스레 뿌려 덮어줬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죽은 코끼리 몸에는 5㎜ 이상 두께의 흙이 쌓여 있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애도의 의례를 행한 것이다.
물론 동물의 세계에서 의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인사부터 구애, 선물, 놀이,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의례가 그들의 삶 곳곳에 녹아 있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해온 동물학자 케이틀린 오코넬이 야생 동물이 행하는 10가지 의례를 조명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건강한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간에게도 의례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오늘날 사회는 깊이 분열돼 있다. 의례는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라며 “의례를 되찾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욱 평화롭고 충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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