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지난해 매출 86조5590억원, 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9%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년에 세운 기존 최대치(5조657억원)보다 42.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반영한 1조5400억원의 리콜 비용을 빼면 영업 활동을 통해 8조77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연간 8.4%로 ‘차·화·정 랠리’를 펼쳤던 2011년(8.1%)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로 발돋움한 2010년대 기아의 영업이익은 2조~3조원 선이었다. 업계에선 기아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레저용 차량(RV)이 실적을 견인했다. 쏘렌토와 카니발, 셀토스 등의 인기에 힘입어 기아의 지난해 4분기 RV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57.9%에서 66.8%로 증가했다. 수익성이 높은 RV 판매가 늘어나면서 기아의 평균 차량 판매가격(ASP)은 2021년 2950만원에서 지난해 3410만원으로 15.6% 뛰었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도 기아의 역대 최대 실적에 보탬이 됐다. 고환율에 따른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2조4490억원으로 인센티브 절감(1조5010억원), 가격 인상(1조1160억원), 판매 증가(1조940억원) 등을 뛰어넘었다.
기아는 지난해 구축한 구조적 고수익 체계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를 노릴 계획이다. 기아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매출을 작년보다 12.7% 증가한 97조6000억원, 영업이익을 28.6% 높은 9조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 목표치는 9.5%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최근 들어 제시했던 가이던스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잇달아 기록해왔다”며 “올해 수요 감소 우려에도 9조원 넘는 목표치를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날 향후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물량의 50%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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