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국정 운영으로 1000조원이 넘는 빚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또다시 추경을 하자고 한다”며 “난방비 폭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당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이 난방비 폭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이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빚을 내서 재정을 풀자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고유가로 영업이익이 늘어난 정유사에 세금을 물리자’는 이재명 대표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횡재세는 자원을 직접 채굴하는 기업들에 부과하는 것으로, 국제 시장에서 구매해 생산과 영업을 하는 우리 기업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성 의장은 “에너지가 호황이면 정유사가 횡재세를 내고, 반도체가 호황이면 반도체 회사가 횡재세를 내야 하는 것이냐”며 “본인 사법 처리를 덮기 위해 30조원 추경을 무리하게 주장하다 보니 이런 비논리적인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장동·백현동 개발이익 의혹을 겨냥해 “횡재세를 내야 할 사람은 바로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
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5일부터 사흘째 난방비와 관련, 정부의 대응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추경과 횡재세 등을 통해 확보한 7조2000억원으로 소득 하위 80%에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주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난방비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정부 대책을 끌어냈다고 자평하는 동시에 ‘대안 야당’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난방비 대책에 대해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잘하셨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나 매우 부족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또 “여론에 떠밀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정책이 아니라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추경과 횡재세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기보다 거짓 흑색선전으로 전 정부 탓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윤심 얻기’ 경쟁이 시작된 것 같다”며 “민주당이 언제까지 여당 노릇을 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언제쯤 여당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냐”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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