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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과 빌라 등을 개인 명의로 최소 200채 이상 소유한 서울 화곡동 ‘오피스텔왕’ A씨가 법인까지 설립해 빌라 100여 채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을 세우면 세금 부담이 작고 부도가 나더라도 개인 책임이 줄어든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소유주가 법인인 집에 들어간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에서 후순위인 경우가 많아 시장 침체 등으로 ‘깡통전세’ 사고가 터지면 피해를 보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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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오피스텔왕이 설립한 법인에 167억원을 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이 법인은 LH전세임대제도를 통해 LH와 전세 계약을 맺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가구당 임대보증금의 70~100%를 LH에서 지원받았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LH에 악성 임대인과 법인을 걸러낼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엄정숙 법률사무소 법도 변호사는 “배당 순위에 차이가 있어 법인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더 힘들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안전판 확보한 LH는 '악성' 안거르고 계약…부실 키워
전문가들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본인이 져야 할 책임이 줄어든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인 만큼 ‘악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엄정숙 법률사무소 법도 변호사는 “법인과 대표이사는 별개의 존재로 법인이 파산해도 대표이사는 개인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게 한국의 법체계”라며 “전세 사고가 나도 법인 대표는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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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등 세 부담도 줄어든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화곡동 빌라를 3억원에 사 1년 보유한 뒤 5억원에 팔았다면 공제 후 양도세로 5565만원(38%)을 내야 한다. 반면 법인은 법인세 1800만원(9%)만 내면 된다. 추가 과세 20%가 있지만 법인 대부분은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용도를 변경해 과세를 회피한다. 내년 5월 개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끝나면 둘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일각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세입자는 HUG를 통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고 문제가 생기면 HUG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다. A씨가 HUG에 이미 채무가 있으면 세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거부당할 수 있는데 법인을 세우면 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왕 법인은 인근 부동산과 협업해 세입자들에게 LH 전세임대제도 활용을 적극 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임대제도는 LH가 임대인(법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이를 다시 저소득층에 싸게 재임대하는 주거복지 사업이다.
LH가 책임을 지는 재임대 세입자와 달리 일반 세입자들은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입주 직후부터 법인 측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제대로 된 답장도 없었다고 했다. 세입자 김모씨는 “계약 만료 시점 3개월이 지나서야 법인과 연락이 닿았다”며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날에도 법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LH의 허술한 재임대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LH는 법무사 대리인을 통해 권리분석 시행 후 임대인과 계약한다. 하지만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사실상 전세금 전액을 보증받기 때문에 대리인은 오피스텔왕이 설립한 법인 매물에도 특별한 경계심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LH가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것”이라며 “임대차 생태계 일각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각자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안정훈/오유림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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