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B씨는 오랜 고민 끝에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아이가 주사를 맞은 지 며칠이 지나고 나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주로 손목, 무릎, 발목 등의 관절이 아프고 간헐적으로 머리가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B씨는 혼란스러웠다. 그러잖아도 의사 선생님에게 부작용은 없는지 물었다. 그때 분명히 성장호르몬 주사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주사라고 했는데, 왜 아이가 힘들어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는 전체 아이 중 3% 가량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다.
B씨 아들이 호소하는 관절통과 두통은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다. 아이들이 한창 성장할 시기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성장이 빨라지면 관절통과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두통은 두개내압이 오르면서 생길 수 있는데, 치료를 중단하면 사라진다. 관절통과 근육통도 마찬가지다.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이나 척추측만증도 조심해야 한다.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은 대퇴골두 끝에 있는 성장판인 골단이 약해지면서 대퇴골두가 미끄러지거나 분리되는 병이다. 성장호르몬 주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는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보통 나사못으로 고정시키는데,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엉덩이 관절이 손상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척추 질환으로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난다. 척추측만증은 성장호르몬 때문에 발생한다기보다는 원래 휘어 있던 척추가 성장호르몬으로 성장이 빨라지면서 더 악화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고혈당도 조심해야 할 부작용이다. 이 밖에 주사를 놓는 부위에 염증이나 통증이 생길 수 있고, 복통이나 오심, 구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매일 주사를 맞는 일은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런 주사를 2~3년 동안 매일 맞다 보면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저신장이거나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키가 작은 게 아니라면 단지 조금 더 키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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