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동기가 작용한다. 첫째는 유엔 총회이고, 둘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2015년 열린 70차 유엔 총회에서는 인류의 지속 가능을 위해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정하고 이를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했다. ISO 내부에서는 사람에 대한 표준안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ESG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작용했다. 유럽 국가 사이에서 ESG가 너무 ES(환경과 사회문제)에만 매몰돼 내부구조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이즈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의미 있는 선언을 했다. SEC에 상장된 회사는 결산보고 때 비재무적 지표로서 HR 현황도 공시하도록 의무사항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HR 영역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기업 평가 때 ESG만큼이나 HR 현황도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HR 현황은 어떤 판단과 근거로 발표해야하는 걸까? 여기서 나온 솔루션이 ISO 30414다. 기업이 HR 현황을 공시할 때 참고지표로 ISO 30414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ISO 30414의 기준이 너무 방대하다는 점이다. TC260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야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린 베를린 총회 대부분도 ISO 30414에 대한 토론이 차지했다. 또 당분간 이 작업을 계속하기로 결의했다.
유엔의 방향성과 ISO의 실행력에 맞춰 투자자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인적자원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기업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맞춰 투자회사들이 먼저 HR 공시를 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투자한 기업에도 똑같은 요구를 한다. ISO 30414 독일 인증 1호 기업이 도이체방크, 미국 1호 기업이 골드만삭스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가 3년 전 ISO 30414를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HR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필요성은 느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기업 내부 구조의 리스크 점검을 위해 HR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 툴이 되는 것이 ISO 30414다. 머지않아 우리도 ISO 30414의 시대에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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