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환경에서 한겨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든 국민들의 충격과 고통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1분기는 식료품·주거·수도·광열·교통비 등 필수 생계비 비중이 큰 시기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9~2021년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필수생계비(61만5518원)는 가처분소득의 92.8%로 2~4분기(76.4~81.6%)보다 비중이 훨씬 컸다. 난방비를 포함한 연료비 지출이 늘면서 소득의 대부분을 필수생계비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정부 주도 일자리 등이 줄면서 월평균 가처분소득(67만6794원)은 다른 분기보다 적었다. 따라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소득 하위 80%나 전 국민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자는 건 순진한 감상이거나 얄팍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이른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고 모든 국민이 덜덜 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에너지 귀한 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와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해 도시가스뿐만 아니라 전기,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다수 공공요금이 올해 대폭 오를 예정이다. 가스요금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인상 요인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않아 누적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9조원을 회수하려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공공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추경을 편성할 건가. 그 예산은 국민 세금 아닌가.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취약계층은 충분히 지원하되 덜 긴급한 국민에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이다. 실내온도를 낮추는 대신 옷 하나 더 껴입고 버티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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