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가치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2년여 전보다 70% 이상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금융회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앤트그룹의 가치를 638억달러(약 78조8000억원)로 평가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이다. 이는 앤트그룹이 IPO를 추진했다가 좌초했던 2020년 11월 당시 평가액(2350억달러·약 290조원)의 27% 수준이다.
과거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 기대에 힘입어 빠르게 불어났고, 비(非)상장 상태에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사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앤트그룹은 기업가치 450억달러(약 55조5700억원)를 전제로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앤트그룹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235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앤트그룹은 2020년 11월 중국과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걸 목표로 해 왔고, 당시 시장에서는 앤트그룹 IPO가 공모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앤트그룹의 기업가치가 3200억달러(395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상장 직전인 2020년 10월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자,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IPO에 제동을 걸었다. 한때 앤트그룹 의결권 과반을 소유했던 마윈 창업자는 최근 6.2%로 축소하며 지배권을 잃었다. 직후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IPO 재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앤트그룹의 IPO가 기약이 없어지자 투자사들은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해 왔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2월 말 기준으로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를 1440억달러(약 177조8400억원)로 줄였다. 이후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정기적으로 앤트그룹의 가치를 재평가해왔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2018년 5월 기업가치 1500억달러를 전제로 앤트그룹에 투자했음을 감안할 때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가 반영되면서 알리바바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올해 들어 27일까지 34.38% 올랐다. 바이두, 징둥닷컴, 핀둬둬, 넷이즈 등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술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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