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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몇 가지 통념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적(敵)이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로 인한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더 많다고 여긴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공매도 제도가 유독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학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를 통해 공매도를 둘러싼 대표적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주식을 차입하는 방식은 크게 ‘대차거래’와 ‘대주거래’로 나뉜다. 대차거래는 당사자 간 합의로 주식을 대여·차입하는 장외거래다. 기관투자가(외국인 포함)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한다. 대여기간·담보비율 등은 국제대차거래표준약관(GMSLA)을 따른다. 만기는 당사자 간 합의로 결정하며 대여자가 반환을 요청(리콜)할 경우 즉시 반환해야 한다.
대주거래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매도 목적의 증권을 대여해주는 거래다. 개인투자자들은 재무상태·신용도 등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대여기간과 담보비율을 표준화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대주거래 시 담보비율을 기존 140% 이상에서 120% 이상으로 낮추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마진거래는 우리나라의 대주시장과 달리 개인과 기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마진거래 시에는 투자 주체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150% 보증금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기관은 마진거래보다 증권대차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권대차시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주식을 대여·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상이 소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주로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거래하는 것과 유사하다.
증권대차시장에 관한 규정(FDIC)에 따르면 대여기간에 대한 제약은 없다. 최소담보비율은 102%다.
일본의 경우도 유사하다. 일본은 기관투자가 간에 증권을 대여·차입하는 거래(한국의 대차거래)를 대주거래라고 부른다. 반면 한국의 대주거래는 제도신용거래로 불린다. 제도신용거래 시에는 130%의 보증금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주거래(한국의 대차거래)를 할 땐 한국과 동일하게 GMSLA를 따라 당사자간 합의로 대여기간과 담보비율을 정하고 있다.
공매도 관련 규제가 다른 국가와 상관없이 무한정 강화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갈라파고스화'될 수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는 한국 주식과 증시의 저평가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매수 전략과 달리 공매도는 손실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공매도 포지션을 연장하기보다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공매도 금지 국가와 비금지 국가의 주가 상승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6월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공매도가 허용된 코스피200지수가 2022년 6월 3일부터 7월 1일까지 13.6% 하락한 반면, 코스피200지수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15.5% 빠졌다.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의 주가가 더 하락한 것이다.
국내에는 공매도 호가가 직전가보다 높게 제출돼야 하는 ‘업틱룰’이 적용된다. 공매도의 가격 하락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유럽 증시에는 업틱룰 제도가 없고, 미국과 일본은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업틱룰이 적용된다.
공매도 순보유잔고를 투자자·종목별로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도 국내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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