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약 20~30m마다 한 곳씩 들어선 셀프 사진관엔 10~20대 학생들이 줄지어 사진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셀프 사진관 대표는 “250m의 길을 따라 최근에만 아홉 곳의 무인 사진관이 생겼다”며 “20년전 스티커 사진 열풍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 카메라에 밀려 설곳을 잃었던 동네 사진관이 다시 늘고 있다. 예전처럼 사진사가 상주하는 대신 직접 사진을 찍고 곧바로 인화할 수 있는 셀프 사진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9862개였던 사진관은 2021년 1만2930개로 2년 만에 31.1% 증가했다. 사진관은 화질 좋은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조금씩 줄어들던 추세였지만 최근 셀프사진관 창업 붐을 타고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6㎡(5평) 남짓한 셀프 사진관에는 두세 대의 촬영 부스와 머리를 손질 할 수 있는 대기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기존 사진관은 사진사의 지시대로 촬영을 진행하지만 이곳에선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한다. 대기 공간에서 고데기로 머리를 매만지고 촬영 소품을 고르는 것 역시 손님의 몫이다. 카메라와 거울이 설치된 간이 부스에서 4000~5000원을 내고 찍으면 여러장의 사진을 담은 인쇄물이 나온다. 촬영부터 인쇄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안팎이다. 예전 스티커 사진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사진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고객들은 사진사나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선호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이 촬영되고 있는 중에도 모니터를 통해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자세를 바꾸고 인화하고 싶은 사진을 직접 고를 수 있어서다. 셀프 사진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김지은씨(20)는 ”친구들과 모이면 스티커 사진을 남기고 추억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주로 셀프 사진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부업으로 사진관을 차리는 점주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하루 7만장의 사진이 찍히고 있는데 최근 이용량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셀프 사진관이 MZ세대의 놀이문화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학생들이 출력된 사진에 대한 수요가 소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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