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선종(善終)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13년 자진 사퇴한 이유는 교황 즉위 직후부터 앓아온 불면증 때문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잡지 포커스는 베네딕토 16세가 생전 자신의 전기 작가 페터 제발트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편지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후 수개월 뒤인 2005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행사에 참석했을 때부터 불면증을 앓기 시작했다.
당시 교황은 주치의로부터 강력한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그는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가톨릭교회 수장의 직분은 다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제의 약효가 떨어졌다.
베네딕토 16세는 편지에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2년 3월 멕시코와 쿠바를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교황은 방문 첫날 밤 낙상 사고를 당했다.
그는 제발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2012년) 순방 이튿날 아침 손수건이 완전히 피로 흥건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내가 욕실에서 (정신을 잃고)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힌 것이 틀림없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교황의 주치의는 베네딕토 16세에게 수면제 복용량을 줄이고 해외 순방 시 오전 행사에만 참석하도록 권고했다.
그러자 베네딕토 16세는 더 이상 교황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임을 결심했다.
결국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2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전격 사임했다.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에 벌어진 현직 교황의 사임이었다.
전기 작가 제발트는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한 이후 그의 생전 사임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계속되는 것을 종식하기 위해 서한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제발트는 "베네딕토는 자신이 밝힌 대로 건강 악화 때문에 사임했다"며 "더 이상 음모론과 억측이 제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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