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두 사람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윤심(尹心) 경쟁'에 이어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워 안 의원과 각을 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수도권 통합 출정식'을 열고 "당 대표가 되는 과정을 자기 출세의 기반으로 삼는다거나, 또 더 큰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서 발판으로 삼는다거나 하는 수단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안 의원도 맞받았다. 김 의원의 '수도권 출정식'에 현역 의원 28명이 참석하고, 당원 및 지지자 총 8000여명이 참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조건 사람들만 많이 모아놓고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이번 전당대회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깎아내렸다.
김 의원은 29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다음에 자기가 대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자기 편을 넣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저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마음은 접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안 의원은 "그건 아마 대선에 대해 직접 경험을 안 해보신 분의 단견"이라며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이후로도 3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기 때문에 그 기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사람만 대선에 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당내 세가 약한 안 의원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를 거쳐 보수정당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안 의원과 비교해 보수의 뿌리를 지켜온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현역의원들 중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여전히 비판을 위한 비판, 발목잡기만 계속한다면 성공적인 모습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이전에도 '철새 정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정치인의 삶' 등의 표현으로 안 의원을 에둘러 저격한 바 있다.
차기 당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이와 관련된 비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안 의원 캠프는 이날 논평을 통해 "김 후보가 말하는 전통 지지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시대적 세몰이 정치나 체육관 환호는 오히려 배격할 것"이라며 "안 후보는 줄세우는 퇴행적 '명단연대'가 아닌 전 당원이 함께 총선 필승으로 가는 '승리연대'를 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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