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관투자가의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연초효과’를 노리고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자금줄이 막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만기가 짧은 발행어음이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최근 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2·3년물 회사채를 발행해 차입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신용등급 AA+)은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31일 진행한다. 2년물 1500억원, 3년물 1500억원 규모다. 키움증권(AA-)과 대신증권(AA-)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키움증권은 2년물 2000억원을 찍을 방침이다. 대신증권은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1000억원을 조달한다. 미래에셋증권(AA)은 2·3년물 1500억원어치 발행을 목표로 다음달 9일 수요예측을 한다.
증권사가 공모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 건 지난해 11월 2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투자증권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하이투자증권은 최상위 신용도를 확보한 모회사 DGB금융지주(AAA)의 지급 보증을 받고 3000억원을 찍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회사채 발행이 막힌 탓이다. 자금줄이 마르자 증권사들은 만기 1년 미만의 발행어음과 ELB 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발행어음을 찍을 수 없는 자기자본 4조원 미만 증권사가 ELB 발행을 대폭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ELB 발행액은 24조48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했다.
ELB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사채다.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으면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ELB 관련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증권사에 보내기도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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