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보증 제도를 악용한 '깡통전세' 사기범 113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강력수사대는 수도권 일대 빌라 152채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 361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전세 사기 조직 113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일당은 △바지매수자 모집 조직 △바지매수자 명의 유통 조직 △부동산 컨설팅업자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법무사 △바지 명의자 등이며, 경찰은 사기 범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컨설팅업자와 도주를 시도한 모집·유통조직 일당 등 5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부동산 컨설팅업자를 사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잘 팔리지 않는 빌라 소유주 접근부터 시작해 해당 빌라의 바지 명의자를 찾는 과정과 HUG의 전세 보증 제도를 악용해 리베이트를 받는 구조까지 모두 설계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자는 수도권(서울 강서·관악·은평구, 의정부시, 부평시, 인천시 등) 일대의 잘 팔리지 않는 빌라 소유주에게 접근했다. 컨설팅업자 A 씨는 서울의 시세 3억5000만원 빌라 소유주에게 접근해 "전세를 끼고 매매해야 팔린다"고 설득한 뒤, HUG의 전세 보증이 공시가격 150% 수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전세 보증금 4억7000만원을 높여 거래를 성사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거래를 성사한 컨설팅업자가 빌라 소유주로부터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87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컨설팅 업자를 중심으로 한 빌라 매매 과정은 조직적 형태로 이뤄졌다. 부산의 노숙자와 신용불량자 등 전국적으로 60~70명이 바지 매수자로, 모집 조직이 바지 매수자에게 400만원가량을 주고 인감도장과 위임장을 받은 뒤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구조다. 유통업자는 다시 500만원에 바지 매수자의 인적 정보를 컨설팅업체에 판매했다.
바지 매수자 인적 정보를 건네받은 컨설팅업체는 임차인을 구해 임대차 계약을 주선하는 동시에, 임차인 몰래 바지 매수자에게 빌라 소유권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방원범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피해 임차인 152명 대부분이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이며 이들이 편취한 임대차 보증금 총액이 361억원에 달했다"며 "HUG 전세 보증보험을 빌미로 이사비 지원이나 중개수수료 면제 등의 특혜를 제시하면 깡통전세 수법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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