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반도체 실적 쇼크…첨단 기술력 확보만이 살 길

입력 2023-01-31 17:33   수정 2023-02-01 00:17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2700억원에 그쳤다. 1년 전 8조8400억원에 비해 97% 급감했다. ‘실적 낙제점’을 받아 든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인위적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좋은 기회다. 올해 시설 투자는 작년(약 48조원)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대부분 업체가 설비 투자 축소와 감산에 들어갔지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삼성전자가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예정된 설비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대목에 주목한다. 감산 가능성이 사라지며 ‘실망 매물’이 쏟아져 주가는 3.6% 떨어졌지만, 단기 전망이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첨단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아 강점은 격차를 벌리고 약점은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 혁신으로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호황기에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반도체 수요처가 PC·모바일에서 서버·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산하면서 업황 변동 주기가 확연히 짧아졌다. 불황기에도 과감하게 기술과 인재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주도권 경쟁 양상은 과거와 확 달라졌다. TSMC는 미국·일본과 밀착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고, 도요타·소니 등이 설립한 라피더스는 2025년 2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불황 속 공격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으려면 정부·국회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시황에 흔들리는 메모리 편중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첨단 반도체로 영역을 넓히는 체질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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