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1위 기업인 테슬라에 이어 2위 포드가 가격을 내렸다. 테슬라가 시작한 전기차 가격 인하 ‘치킨 게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현대자동차·기아도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 내 가격 책정에 난제를 떠안게 됐다. 가격 인하 압력에 직면한 완성차업계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적극적인 원가 관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포드가 전기차 가격을 내린 것은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차값을 내린 마하-E는 테슬라 모델 Y와 비슷한 크로스오버 형태 차종이다. 앞서 테슬라는 차값을 내리면서 모델 Y 또한 6만6000달러(기본형)에서 5만3000달러로 약 25% 인하했다. 이 조치로 모델 Y는 IRA의 세단 세액공제 기준인 5만5000달러 아래로 내려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마하-E 판매 목표를 작년 7만8000대에서 올해 27만 대로 세 배 이상 올려 잡은 포드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마린 자자 포드 전기차사업부문 최고소비자책임자(CCO)는 가격 인하 직후 “우리는 그 누구를 만나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에 대항해 끝까지 가격경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가프레스(용접 대신 한 번에 차체를 찍어내는 기술)로 대표되는 제조 혁신, 온라인 전용 판매 등을 통해 자동차업계 사상 최고 수준의 마진율을 확보한 테슬라에 비해 기존 업체들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판매 1위 도요타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를 밑도는 반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6.8%에 달했다. 테슬라는 가격을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인 샌디 먼로는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대당 마진은 33%에 달하고, 이는 낮은 제조원가에서 기인한다”며 “차량 판매가를 인하한 테슬라가 전기차 경쟁사들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드 주가는 2.86% 하락했다. 수익성 감소 우려가 반영되면서다.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매출원가율을 전년 대비 1.3%포인트, 2.5%포인트 낮췄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올해는 원재료값 상승이 연간 전체에 걸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관리 움직임은 부품 업체들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하면 가장 어려워질 곳은 부품사”라고 내다봤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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