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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임하는 문제에 관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면서 정부 개입의 적정선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기업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주요 금융지주회사와 KT, 포스코홀딩스 CEO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소유분산기업의 ‘셀프 연임’을 비판한 데 이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식 ‘적폐 청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30일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라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31일 “좀 더 나은 거버넌스를 통해서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 후보나 인사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민영화됐다. 정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한 주도 없다. 주인 없는 기업에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지만, 그것도 엄밀하게는 국민연금의 독립적인 운영 취지에 어긋난다.
CEO가 ‘친위대’ 사외이사들을 통해 셀프 연임을 추진한다는 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기업 관계자는 “주주들이 이사회 구성에 이견이 있다면 주주제안 형태로 이사진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주식 한 주도 없는 정부가 이사회 구성에 왈가왈부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경영 실적이 나빠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구 대표는 재임 기간에 KT 주가가 두 배로 뛰어올랐고 인공지능(AI)·콘텐츠 투자 등으로 회사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사 지분을 보유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정부의 교체 신호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KT&G 대주주이던 기업은행을 통해 당시 백복인 사장을 교체하려 했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져 교체에 실패했다.
조직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CEO 잔혹사’의 기억이 선명한 탓이다.
이상은/김재후/좌동욱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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