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분양 대책, 때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23-02-01 17:55   수정 2023-02-02 00:22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겁니까?”

2014년 8월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동시에 70%까지 늘렸다. 미분양주택과 9억원 이하 집을 사면 5년간 한시적으로 양도세 100%를 면제하는 파격 안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국민들한테 빚내서 집 사라는 얘기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그런 의도는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전방위적이었다. 전년 6만1091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2014년 말에는 4만379가구로 줄었다.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8107가구로 급증했다. 2013년 이후 근 10년 만에 최대로 쌓였다. 우려스러운 점은 증가 속도다. 11월부터 한 달에 1만 가구씩 쌓이고 있다. 2021년의 1만7700가구와 비교하면 1년 새 5만 가구가 늘었다. 한 해에 5만 가구 이상 늘어난 것은 2008년의 5만3345가구 이후 14년 만이다.
1년새 5만가구 급증
미분양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세제 완화와 미분양 주택 직접 매입까지 요청하고 있다. 위험선으로 정한 6만2000가구를 단숨에 넘어서자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직접 구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고가 매입 논란은 정부의 미분양주택 직접 매입이 야기할 수 있는 논란의 한 단면이다.

LH는 지난해 말 이 아파트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약 79억원에 사들였다. 가구당 구입가는 2억1000만~2억6000만원으로 분양가의 12% 할인을 적용받았다. 장기 미분양으로 15% 할인 판매 중인 아파트를 12% 할인가에 구매한 것을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 돈이었으면 그 가격에 안 샀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주무장관의 질타에 LH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할인가 이하로 구매하기 위해선 협상 재량권이 있어야 하는데 비리 등을 우려해 2개 감정평가기관의 평균값에 매입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는 원 장관의 지적을 두고 일각에선 향후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시 대폭 할인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계별 해소책 필요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대구는 수급관리 실패 사례의 본보기다. 12월 대구 미분양은 1만3445가구에 달한다. 전국 미분양의 약 20%가 몰려 있다. 연간 적정 물량이 1만2000가구인 지역에 3만6000가구씩 쏟아내면 미분양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공급을 조절했어야 할 대구시는 “개발 업체의 인허가 요청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승인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수급 조절 역할마저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아직 직접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 관리를 위해선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에 한해 일시적 취득세 감면 등을 통해 시장에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는 게 우선이다. 수도권 규제까지 푼 ‘1·3 대책’에도 불구하고 1월 미분양까지 급증할 경우 환매조건부 매입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직접 구입 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미분양 주택에 대한 가격협상력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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