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사진)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세계 각지의 법인장·지사장들을 불러 모았다. 글로벌 전략 강화를 위해 ‘NEST(둥지)’ 제도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열린 대면 회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불황을 핑계로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강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글로벌 전략 회의(GSC)’를 열었다. GSC는 이 그룹의 연중 최대 행사다. 매년 초 한 해 사업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부터는 회의 진행 방식이 달라졌다. 전략 수립의 주체가 지역 단위로 바뀐 것이다. 이는 주요국의 탈세계화 지역화 블록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NEST 제도에 따른 것이다. 세계 시장을 국가가 아니라 권역 단위로 나눠 권역별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짜겠다는 취지다.
운영 중인 NEST는 △북·중·남미 △동·서·남아시아 △유럽·독립국가연합(CIS) △중동·아프리카 △일본(호주 중국 포함) 등 5개다. NEST별 권역장이 권역 전체의 실적을 관리하면서 현지 실정에 맞는 신사업 모델을 발굴한다. 경쟁 관계이던 법인·지사들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면서 한 팀처럼 움직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 법인에는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권역 전체 관점에서는 이익이 나는 사업까지 놓치지 않고 발굴하겠다는 것”이라며 “5~6개 프로젝트가 지금까지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권역 단위 조직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GSC 개회사에서 “유망한 사업 영역에서 매력 있는 기업을 확보할 기회의 시기”라며 “‘불황’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선제 네트워크 운영을 통해 투자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자”고 당부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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