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처럼 건물도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는 사람들이 건물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건물을 인식하고 사람과 건물이 서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건축관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애플의 새로운 신사옥을 건설할 때, 그에게 한 블록을 꽉 채운 6개의 건물로 구성된 콤플렉스형 마스터플랜이 있었다. 그러나 애플 사옥을 설계하게 된 건축가 노먼 포스터(그는 대전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건물을 설계했다)를 만난 후 그는 마음을 바꾼다.
하나의 큰 공장을 오픈 공간으로 개조해 만든 오피스의 모습을 한 픽사 사옥을 방문해 전 직원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장면에 강한 인상을 받은 잡스는 한 회사는 하나의 건물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꽂힌다.
6개의 동으로 구성하려던 건물은 하나의 링 형태로 통합된 건물로 설계가 바뀐다. 지름 460m, 둘레 1마일(1.6㎞), 높이 28m(4층 높이)의 엄청난 링 구조물은 한 블록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링의 내부는 외부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정원으로 만들어진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친환경 기법을 사용해 지붕은 태양광판으로 덮었고, 층별로 깊은 차양을 사용했다. 내부 식당은 천장까지 테라스식으로 오픈된 한 공간으로 돼 있고, 세계 최대인 28m 높이의 유리문을 열면 외부 테라스로 확장된다. 직원 9000명의 3분의 1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형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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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캠퍼스는 애플 사옥과 같이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다르다.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구글 캠퍼스는 분동으로 구성돼 있기도 하지만, 건물 내부가 오피스인지 공연장인지 박물관인지 놀이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내부에 비행기, 미끄럼틀, 침대, 공연무대 등이 설치돼 있어 일한다는 것의 개념을 확 바꾼 건물로 유명하다.
구글 사옥은 4개의 건물로 분동돼 있다. 2022년 완공된 텐트 같은 거북이등 모양의 새로운 구글광고 사옥도 커다란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건물이 나뉘면 부서 간에 떨어져 있어 직원들 이동 시간이 길어지며 소통이 멀어져 업무효율이 낮아진다. 그러나 구글의 시각에서 보면, 건물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고, 이동하면서 햇볕도 쬐고 자연을 보고 느끼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구글이 생각하는 부서의 조직과 일, 공간환경과 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동의 편리성보다 이동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느냐를 중시한 설계다.
우리나라에 성균관이라는 조선시대 대학이 있었다. 그곳을 가보면 명륜당이라는 큰 교당이 있고, 교당 양쪽에 동재와 서재가 있다. 즉, 동쪽 기숙사동과 서쪽 기숙사동이다. 건물을 배열할 때, 하나의 건물속에 모든 학생이 들어와 있다면 그들은 한 선생님 밑에서 하나의 학문을 배울지 모른다. 그런데 두 개의 건물 그것도 동쪽과 서쪽이라는 개념적 이질성을 갖는 건물속에 들어와 있다면 그들은 알게 모르게 생각의 좌/ 우 편향을 갖게 될 수 있고, 그것이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 때 인위적으로 청군 백군을 나누어 서로 경쟁을 통해 재미를 고조시키듯이 학문의 비판성을 키울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하나의 통일성을 원했다. 하나의 회사는 하나의 마인드로 통합된 일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아마도 잡스의 이런 생각이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 모든 일이 손안에서 해결되리라는 믿음과 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여기서 잡스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것이 오피스건 주택이건 공장이건 간에 그것들을 의미 있게 하려면 건물이 사람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한 테이블에 앉은 여러 사람이 서로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며 옆에 앉은 사람과의 연결을 잊어버리는 것을 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되지만 바로 옆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애플 사옥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회사로 존재하지만 애플 사옥의 원주 1마일 밖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공간이다. 이웃과의 소통이 전혀 없다. 스마트폰 안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마트폰 옆의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생각해본다면, 이웃과 함께하는 건물이 되지 못하는 애플 사옥은 스마트폰을 똑 닮은 것 같다.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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