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국채를 23조6902억엔(약 225조원)어치 매입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2일 발표했다. 당시 일본 국채 금리가 연일 기준금리를 웃돌자 일본은행이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를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내린다. 일본 국채 금리가 치솟은 것은 투기자금의 공세가 거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0일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연 0±0.25% 정도’에서 ‘연 0±0.5% 정도’로 수정했다. 금리 변동 폭을 두 배 확대해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으로 2~3년간은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할 것”이라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공언을 뒤집은 결정이었다.
세계 투기자금은 일본은행의 결정을 10년째 이어진 대규모 금융 완화를 마무리하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들은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3일부터는 4일 연속 장기 국채금리가 상한선인 연 0.5%를 넘었다. 일본은행이 닷새 뒤인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변동 폭을 추가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장기 금리가 상한선을 넘자 일본은행은 연 0.5% 금리에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가격지정 공개시장운영’을 시행했다. 금리가 연 0.5%를 넘는 국채의 수요를 말려 금리를 방어하는 정책이다. 지난달 13일에는 하루 만에 5조엔어치의 국채를 사들이기도 했다.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상승 압력도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금융 완화가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해외 투기자금이 늘고 있어 금리가 또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채 대량 매입의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일본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이 급감하면서 채권시장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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