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투자, 매몰비용 무시해도 되는 이유[더 머니이스트-하준삼의 마켓톡]

입력 2023-02-12 07:30   수정 2023-02-12 11:50

요즘 챗GPT(ChatGPT)가 이슈입니다. 작년 11월 첫 서비스 공개 후 사용자 수 1억명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로 논문작성, 번역, 시험, 코딩 작업까지 진행합니다. 단 주식투자 등 자산관리 질문에는 '나는 재정적 또는 투자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추후 투자관련 답변이 가능한 유료 모델이 나온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은 컴퓨터, 인공지능과 달리 매번 객관적이고 합리적은 판단을 100% 해내기 어렵습니다. 경제학에 나오는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에 대해서 알아보고, 투자시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갑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냥 나오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불한 영화비 1만5000원은 환불되지 않죠.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본전 생각을 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만약 2시간 영화를 보는 대신 그 시간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2만원을 벌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매몰비용은 1만5000원이 되고, 재미없는 영화로 인한 기회비용은 3만5000원(영화비 1만5000원+아르바이트 비용 2만원)이 됩니다.

매몰비용(Sunk Cost)이란 일단 지출된 뒤에는 어떤 선택을 하든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앞의 예에서 영화티켓을 끊고 영화관에 입장하면, 영화가 재미있는 없든 영화비는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입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하나의 대안을 선택함에 따라 포기한 다른 대안의 비용을 말합니다. 실제 지출하지 않았다 해도 비용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모두 포함시키는 포괄적 비용의 개념입니다. 앞서 든 예시에서 영화를 보는 데 지불한 비용 1만5000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안인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벌 수 있는 2만원을 모두 합한 3만5000원이 기회비용이 됩니다.

부동산 거래의 경우에는 1억원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100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하고 나서,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나빠져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 이미 보낸 1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이미 발생한 비용에 연연하느라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매몰비용의 오류' 또는 '매몰비용의 함정'이라고 합니다.

금융투자 상품의 경우에도 매몰비용에 사로잡혀 올바른 투자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 채권, 펀드를 각 1억원씩 투자해 포트폴리오에 손실을 보고 있고, 보다 나은 성과를 위한 대안 상품이 있는 경우 합리적인 선택방법을 알아봅니다. 금융 투자상품에의 평가금액은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상품을 매도하는 시점의 손실금액이 돌려받을 수 없는 금액이므로 '금융상품의 매몰비용'이라고 봅니다.

첫째, 매몰비용이 있는 상품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검토합니다. 위의 예에서 주식과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채권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월별, 분기별로 상품현황을 체크하고 각 상품별로 최선의 대안을 알아보고 기존상품과 비교합니다. 주식과 펀드는 기존상품을 매도하고 신상품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채권은 5% 금리로 이자를 받는 것이 현재의 낮은금리의 채권을 가입하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둘째, 평가손실(매몰비용)은 무시하고, 현재 최선의 대안을 선택합니다. '주식 A'를 1만원에 10주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주식이 반값인 5000원으로 하락을 하게 되면, 보통의 투자자들은 합리적 기준에 의한 매도를 하지 못하고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로 A주식을 10주 더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를 7500원으로 만드는 이른바 '물타기 매매'를 합니다.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다행이지만, 계속 떨어진다면 이미 투자된 금액이 발목을 잡아 제대로 된 투자관리가 힘들어집니다.

이 예시에서 주식은 기존 주식 물타기로 '주식 A'를 추가매수하기보다 매도 후 '주식 가'로 변경해 기대수익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인공지능(AI)이라면 그렇게 결정할 겁니다. 펀드도 기존 '펀드 C'를 매도하고, 보다 나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펀드 다'로 교체합니다. 채권의 경우는, 금리가 높을 때 가입한 '채권 C'를 현재 최고의 대안인 '채권 다'보다 우수한 조건이므로 보유합니다.

셋째. 주기별로 포트폴리오를 상품별로 분석해 조정합니다. 월별로, 최소한 반기별로는 포트폴리오를 상풀별로 검토해 조정을 합니다. 그리고 변동성이 큰 주식이나 주식형펀드는 일별, 주별로 주가상황을 체크하고 시장에 충격이 오는 경우에는 상품교체에 대한 교체여부를 추가로 실시합니다.

금융상품의 경우엔 포트폴리오 조정하거나 추가로 신규할 상품을 선택할때, 이미 투자돼 운용되고 있는 투자상품의 평가현황이 앵커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혹은 신규투자를 막게하는 것이 금융상품에 있어서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보면 됩니다.

기존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우수한 신용등급의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맞는 상황임에도 '본전 생각'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상품을 매도하면 발생하는 원금손실에 대한 걱정 때문에 기존 주식을 추가 매수해 단가를 하락시키는 물타기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논리적인 투자관리 방법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회비용은 고려하되 매몰비용은 고려하지 말아야 합니다.

투자자산 관리는 시험의 점수 계산방법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력고사 시험에서 한 두 과목에서 조금 나쁜 점수를 받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전체점수가 높아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성적이 나쁘고 미래전망이 불투명한 자산은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과 미래전망으로만 판단해 매각, 추가 매입 등의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금융 투자상품 관리방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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