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MZ세대 위주로 구성된 노동조합들이 '노동연대'를 만들어 뭉쳤다. 일종의 사무직 노조 총연맹을 구성해 힘을 모으고,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기존 노동단체들과 차별화 된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다소 주춤하던 사무직·MZ 중심의 노동조합 운동에 다시 한번 새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9개 노동자 단체로 구성된 '새로고침 노동연대'가 4일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20년 말 사무직이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위주로 출범해 이름을 알렸던 LG전자 사람 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동조합과 함께, 지난해 11월 벌어진 서울교통공사 파업에 반대해 이름을 알렸던 서울교통공사의 '올바른노동조합' 등이 주축이 됐다.
그밖에 부산관광공사 열린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동조합, 한국MSD 노동조합, LG에너지솔루션연구기술사무직노동조합, LS일렉트릭 사무노동조합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노조들의 총 조합원수는 5000명에 달한다는 게 연대 측의 설명이다.
연대는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의 회의를 거쳐 설립 결의문을 채택하고 노동연대 규정, 연대 규정 제정 등에 합의했다.
이번 연대 출범이 사무직 노조들의 '부흥'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연대는 정치적 활동보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복지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을 펼쳐간다는 계획이다.
새로고침 노동연대는 4일 의결 예정인 '규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조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하고 개방적인 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주장 대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노동자단체 미조직 사업장과 예비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가입 노조의 법률적 분쟁 발생 시 상호 자문과 원조를 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규정도 눈에 들어온다. 사무직 노조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섭단위 분리'나 '개별 교섭권'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장 내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므로, 기존 생산직 노동조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무직 노조는 회사와의 교섭권 확보가 최우선인 상황이다.
다만 이를 위한 사무직 노조들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노동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고, 이런 결과가 사무직 노조 운동의 침체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G사무직 노조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해 큰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 MZ 사무직 노조도 이번 연대 명단에서 빠졌다.
새로고침 노동연대는 각 노조 위원장이나 지회장을 위원으로 하는 '협의회' 위주로 운영될 계획이다. 협의회 의장과 부회장 선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연대의 성격을 보면 노조의 상급단체인 '총연맹'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직무급제를 추진하는 LG사무직 노조와 달리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는 직무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등 노동연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도 조금씩 다르므로 협의 방향 설정이 상당한 관건"이라며 "당장 공동 투쟁에 나서기보다 상호 연계를 통해 협상력을 올리는 데 주안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용희/ 이광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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