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열풍에 제지업계 '훈풍'

입력 2023-02-03 18:00   수정 2023-02-10 19:25

제지업계에 ‘슬램덩크 훈풍’이 불고 있다. 극장가를 넘어 서점가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열풍이 넘어온 덕이다. 슬램덩크 단행본(사진)이 불티나게 팔리며 만화책 용지 주문이 부쩍 늘었다.

3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슬램덩크 만화책에는 한솔제지와 전주페이퍼 용지가 사용된다. 한솔제지는 국내 1위 제지업체이고 전주페이퍼는 국내 최대 신문용지 생산 기업이다. 슬램덩크 만화책은 31권짜리 오리지널판과 20권으로 줄인 신장재편판, 24권짜리 프리미엄박스판, 1권짜리 챔프판 등 크게 네 분류로 나뉜다. 여기엔 전주페이퍼 만화용지가 약 60%, 한솔제지 만화용지가 약 40% 쓰인다.

출판사 대원씨아이에 따르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일인 지난달 4일부터 현재까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판매 부수는 약 60만 부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판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추가 발주한 물량까지 합치면 3월 초에는 100만 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주페이퍼는 슬램덩크 국내 출판을 맡은 대원씨아이에 월평균 40~50t의 만화용지를 납품하는데, 최근에는 10~20t 더 납품했다고 전했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출판사마다 만화용지를 150~200t씩 판매했는데 지금은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면서도 “영화 슬램덩크 개봉 이후 만화책 수요가 급증하면서 5월까지는 증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 수요가 매년 4~6% 줄어드는 와중에 호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책 판매 급증은 희소식이지만 제지 기업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제지업계 설명이다. 웹툰 성장 이후 만화책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용지를 생산하던 제지업체들은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전주페이퍼는 신문용지를 주로 만들지만, 출판 수요 감소로 2018년부터 기존 용지 생산 설비를 박스의 원재료인 골심지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슬램덩크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인기몰이는 제지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K팝 아이돌그룹 화보 제작에는 인쇄 질감이 뛰어난 고급 용지가 주로 쓰인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아이돌 화보 제작 덕분에 ‘인스퍼 M러프’와 ‘앙상블 E클래스’ 등 고급 인쇄용지 판매가 지난해에 전년 대비 약 17% 늘었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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