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6일 09: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들이 해외 투자자(LP) 자금을 받을 때 생기는 '세금 역차별' 문제가 해소됐다. PEF업계에선 해외 투자자들로 부터 투자금을 받아 국내 산업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는 국내 PEF가 투자로 얻은 수익을 해외 LP에게 돌려줄 때 소득 원천(배당·이자·양도소득 등)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내와 해외간 과세 실체를 다르게 볼 경우 BEPS 방지협약 중 ‘역혼성단체 방지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세법을 검토하던 중 해당 시행령도 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2022년 8월 21일자 A1, 3면 참조
이전까지 국내 세법은 해외 LP들이 국내에 설립된 PEF를 통해 얻은 소득을 분배받을 때 배당으로 간주했다. 이로 인해 국내 PEF에 출자한 해외 LP들은 투자 수익을 분배받을 때 최대 2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국내에서 내거나 각국 조세조약에 따라 현지(미국은 최대 15%)에 납부해야 했다.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는 국내 PEF에 투자한 외국계 LP도 소득 원천에 따라 양도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 그동안 외국계 PEF에 투자한 LP들은 배당소득세 대신 세율이 낮은 주식양도소득세만 현지에 내면 됐다. 대부분 글로벌 PEF들이 펀드를 주식 양도세가 없는 미국 델라웨이 주 등에 설립했다보니 사실상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
이는 국내 PEF들엔 글로벌 PEF에 세금 역차별로 작용해왔다. 미세한 금액 차이로 인수전의 성패가 갈리는 경쟁입찰 과정에선 국내 PEF들이 해외 PEF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던 원인이기도 했다. 같은 조건 하에서 국내 PEF가 추후 LP들에 돌려줄 세후 수익률이 글로벌 PEF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전 세계에서 PEF 투자 수익을 배당으로 간주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PEF 운용사들이 펀드 규모가 커지며 글로벌 투자자를 LP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펀드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 설립한 배경이기도 했다. 해외 연기금은 조세조약상 수익이 면세됐지만, 해외 금융사·보험사·패밀리오피스 등 주요 큰 손들은 국내 PEF에 출자하고 싶더라도 막대한 세금부담을 감수해야했기 때문이다. 법인은 국내에 두고 펀드는 해외에 설립하다보니 관리가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다. 설립과 관련한 자문 등을 현지에서 받다보니 인력 육성을 비롯한 펀드 산업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PEF업계에선 과세당국이 업계의 숙원 과제를 해소해준 점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법안 개정은 과거 여·야 정치권에서 세 차례 발의됐지만 과세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당국 입장에 막혀 번번히 무산됐다. 당국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국내 PEF의 대형화·글로벌화를 막는 '대못 규제'가 해소됐다는 평가다.
삼일PwC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배당소득을 고집하더라도 PEF와 해외 LP 모두 우회로를 찾아 해외에서 출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다"라며 "차라리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PEF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 산업을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업계의 설득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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