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신차 대기 기간도 일제히 줄어들었다. K5 가솔린(4개월→2.5개월), K8 하이브리드(7개월→6개월), 니로 전기차(8개월→6개월), 스포티지 가솔린(8개월→7개월), 쏘렌토 가솔린(5개월→4개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승용 부문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처음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아직도 16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난달(17개월)보다는 대기 줄이 짧아졌다.
연 10% 안팎에 달하는 할부 금리 탓에 현금 결제 비중이 늘었다는 게 대리점들의 설명이다. 한 직원은 “작년엔 신차 계약의 70%가 할부 고객이었는데, 지금은 30%까지 떨어졌다”며 “철옹성 같았던 출고 대기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차 대기가 워낙 밀려 있다 보니, 3~4대를 동시에 계약한 뒤 먼저 나오는 차를 수령하려는 이른바 ‘가짜 수요’가 상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차 구매의 ‘큰손’으로 꼽히는 렌터카 업체도 자금 경색으로 신차 계약을 대거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증가로 신차 가격을 지속해서 올리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시대였지만, 올해부터는 판매 경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변동금리형 할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신차 구매 시 기존 고정 금리가 아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와 연동되는 할부다. 3개월 주기로 금리가 조정돼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아는 할부 기간, 선수율(선 납입 비율) 등을 소비자가 설계할 수 있는 ‘커스텀 할부’ 상품을 내놨다.
르노코리아도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12개월 연 2.9%, 24개월 연 3.3%의 저금리 할부 상품을 내놨다. 조건에 따라 최대 150만원 특별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신차를 구매하고 기존 차량을 특정 플랫폼에 중고차로 팔면 40만원까지 추가 혜택을 준다.
쌍용자동차는 무이자 할부를 꺼내 들었다. ‘마이 스타일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렉스턴 차량을 60개월 무이자(선수율 50%)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GM은 쉐보레 구매 고객 대상으로 연 3.9%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입차 업체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BMW는 모델별로 최저 연 1.9%의 할부 이율을 적용하는 초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지난달 출시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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